파브리병은 X 염색체 연관 유전질환으로, 희귀 질환군에 속합니다. 주로 남성 환자에게서 중증으로 나타나지만, 여성 역시 질환 보인자로만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점차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은 전형적인 증상보다는 다양한 비전형적 증상으로 인해 오진되기 쉬우며, 통증은 일상생활을 방해할 만큼 지속적이고 고통스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여성 파브리병의 통증 양상, 오진 사례, 그리고 환자로서 일상에서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처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여성 파브리병의 통증 증상
파브리병은 알파-갈락토시다제 A(alpha-GAL A)라는 효소의 결핍으로 인해 글로보트리아오실세라마이드(GL-3)가 세포 내에 축적되면서 발생합니다. 남성의 경우 효소 결핍이 거의 절대적인 반면, 여성은 유전자 불활성화 정도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여성 환자가 통증이라는 주요 증상을 겪고 있으며, 이는 특히 사지의 말단 부위에서 강한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통증은 종종 ‘화끈거림’, ‘칼로 찌르는 듯한 아픔’, ‘불에 덴 듯한 통증’ 등으로 표현되며, 단순히 피로 누적이나 여성 특유의 생리통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통증이 환경적 요인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 고온, 추운 날씨, 과격한 운동, 감정적 스트레스 등이 통증 발현을 촉진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 외에도 여성 파브리병 환자들은 만성피로, 두통, 소화불량, 손발의 저림, 온도 민감성 증가, 생리불순 등 다양한 비특이적 증상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여성 환자들은 본인의 상태가 단순한 컨디션 난조나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라고 여겨 병원을 찾지 않거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통증을 ‘환상통’이나 ‘정신적 문제’로 치부하는 의료진도 적지 않아 여성 환자의 정신적 고통은 더욱 가중됩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런 통증이 단순한 말초 신경 문제를 넘어서 파브리병 자체의 병리적 진행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자의 통증 기록을 바탕으로 신경과 및 유전학적 접근을 병행할 것을 권고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증상 발현이 일정치 않고 간헐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이상 주기적인 기록을 통해 진단의 근거를 모아야 합니다.
여성 파브리병의 오진 사례
여성 환자들이 가장 자주 겪는 문제는 오진입니다. 일반적으로 파브리병은 남성 중심의 증상과 발현 패턴에 기반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여성 환자의 진단률이 낮고 증상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여성 환자는 통증 외에도 불규칙한 월경, 복부 팽만, 변비와 설사의 반복, 반복되는 두통, 감정 기복 등으로 병원을 찾지만, 대부분은 산부인과, 내과, 신경과 등에서 각각의 증상에 대한 개별 치료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 30대 여성은 지속적인 손발 저림과 복통으로 수년 간 병원을 다녔으나, 단순한 신경증 혹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받았고, 이후 심전도 이상과 신장기능 저하가 발생한 후에야 파브리병을 의심받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되었습니다. 그 사이 수년간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었고, 만성신부전이 진행되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오진은 치료 지연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도 야기합니다. 여성 환자들은 본인이 '과민한 성격'이나 '정신적으로 예민하다'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통증을 참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 진단이 더욱 늦어집니다. 특히 의료진이 “정상 범위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할수록 환자는 본인의 고통을 과소평가하게 되어 치료를 포기하거나 병원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해외의 경우 유럽에서는 파브리병 오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abry Pain Questionnaire’ 등 표준화된 통증 설문지를 도입하고 있으며, 여성 대상 임상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한국도 2020년 이후 건강보험 급여기준 확대 및 유전자 진단 지원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오진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성 환자의 파브리병 대처법
여성 파브리병 환자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실질적 대처 방법은 증상 관리뿐만 아니라 질환에 대한 정보 습득과 정서적 지지 체계 마련까지 포함됩니다. 우선 통증 완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복용 가능한 약물(예: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이 있으며, 극심한 신경통이 나타날 경우에는 신경과적 처방과 효소대체요법(ERT)을 병행해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승인된 효소제제(예: 아가루시다제 베타, 파브라자임 등)를 투여받을 수 있으며, 여성 환자도 증상 정도에 따라 보험적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투여 전후 혈중 효소 활성도와 GL-3 수치를 주기적으로 측정해야 하므로 꾸준한 병원 방문이 필요합니다. 일부 환자의 경우 기존 효소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기도 하므로, 경구 치료제 또는 유전자 치료 임상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는 무리한 활동이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며, 저염식 식단, 가벼운 산책, 요가 등 심신을 안정시키는 생활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통증과 증상 변화, 생리주기, 스트레스 정도 등을 ‘증상 일지’로 기록해 의료진과 공유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정신적 측면에서 여성 파브리병 환자들은 고립감을 느끼기 쉬우며, 본인의 질환을 주위에 설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파브리병 환우회, 온라인 커뮤니티, SNS 모임 등을 통해 또래 환자들과 교류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족들에게도 본인의 상태를 꾸준히 알리고, 필요한 경우 유전자 검사를 권유하여 조기 예방 및 진단 체계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도 파브리병 환자일 수 있다’는 인식의 확대입니다. 단지 보인자로서 경증으로만 평가되기보다, 환자로서 적극적인 치료와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환자 본인과 의료진 모두가 인지해야 합니다.
여성 파브리병은 통증이라는 명확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비전형적 증상과 낮은 인식 수준 때문에 오진되기 쉬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으며, 꾸준한 기록과 커뮤니케이션, 정서적 지지를 통해 환자 본인이 삶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늦기 전에 전문 진료와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